2024. 10. 10. 11:00ㆍ아웃도어
실오라기 하나 걸치기 싫었던 뜨거운 여름이 갔다. 이제 드디어 가을이다. 대신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기 때문에 이제 슬슬 침낭을 꺼내야 한다. 선선하되 추위를 느끼기엔 조심스러운 요즘, 침낭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마련이다. 오늘은 침낭 선택 방법 및 선택 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 등에 대해 알아본다.
1. 오토 캠핑 침낭 vs. 백패킹 침낭
침낭의 구분에는 여러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먼저 침낭을 사용할 장르가 백패킹인가 오토캠핑인가부터 정하자. 배낭에 넣어야 하는 백패킹 침낭과 트렁크에 던져 넣으면 되는 오캠용 침낭에는 꽤 큰 차이가 존재한다.
1.1. 오토 캠핑 침낭
오토캠핑용 침낭은 백패킹용 침낭 대비 무게와 부피의 제약이 적다. 오토캠핑만을 하는 캠퍼에게는 두툼한 사각 솜침낭이 제격이다. 세탁도 편하게 할 수 있고, 건조만 잘하면 된다. 거친 환경에서 캠핑하는 경우가 적으므로 외피의 재질도 크게 고려할 필요가 없다. 모양은 사각을 추천한다. 이불처럼 펼쳐서 사용할 수 있어서 날씨에 따라 침낭처럼 또는 이불처럼 사용할 수도 있고, 펼쳐서 사용하는 경우 2인이 하나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몇몇 제품의 경우 사각 침낭 두 개를 연결해서 2인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동계에는 난방과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엄청난 스펙이 필요하지도 않다. 가격대도 백패킹 용 침낭 대비 1/3 가격 내외이고, 중고 침낭도 세탁만 잘하면 충전재 손실이 거의 없으므로 잘 사용할 수 있다.
1.2. 백패킹 침낭
부피와 무게의 싸움이다. 외피도 튼튼한 것이 비박에 대비하기 좋다. 구스다운, 덕다운, 프리마로프트 등의 충전재가 사용된다. 머미형이 가장 적합하다. 필파워는 부피 및 무게와 직결되며, 필파워가 높은 경우에는 같은 충전량 대비 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고급으로 갈수록 당연히 고가이고, 100만원이 훌쩍 넘는 경우도 존재한다. 다운 침낭의 경우 전용 세제를 사용해서 세탁하고 건조에도 신경 써야 하며, 건조 후 충전재를 고루 펼쳐주는 작업도 필요하다. 침낭은 동계 백패킹 장비 중 가장 중요한 장비이므로 백패킹 장비를 모두 구비한다고 했을 때, 준비한 예산의 40%는 침낭에 투자하는 것이 마땅하다. 추가로 25%는 텐트에, 20%는 매트에, 10%는 배낭에, 5%는 스토브와 코펠 등에 할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0년 이상 백패킹을 하면서 가장 의지가 되는 것이 침낭이었고, 텐트는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덜해 시간이 가면서 점점 비싼 텐트보다는 가성비의 텐트를 찾게 되었다. 매트의 중요성은 변함없이 중요했는데, 대신 그 크기가 다소 작아졌다.
2. 침낭 온도 등급
2.1. 하계용 침낭
여름에는 침낭 온도 등급에 의미가 없다.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80X40cm 정도의 수건이면 된다. 낮에는 수건으로 활용하고, 밤에는 배만 덮고 자면 되기 때문이다. 추위를 잘 느끼거나 높은 산 속 또는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경우 아주 얇은 합성 충전재 블랭킷, 침낭, 또는 침낭 라이너를 사용할 수 있다.
2.2. 3계절용 침낭
섭씨 -10 ~ 0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침낭을 말한다. 초봄과 늦가을에 대비하기 위한 침낭이다. 사용자 간에 편차가 크기 때문에, 자신이 추위에 얼마나 강한지를 고려해야 한다. 추천하는 방법은 하계용 섭씨 5도 내외 침낭에 라이너나 침낭 외피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침낭 라이너가 경량의 침낭 커버는 매우 작고 가볍다. 침낭 커버는 안쪽에 반사재질이 있는 SOL로 대표되는 커버가 좋은데, 가격이 조금 있기 때문에 알리 등에서 저렴한 것을 사용하는 것도 무방하다. 침낭 커버 사용 시에는 침낭과 침낭 커버 사이에 결로가 생겨나므로, 아침에 일어나 잘 건조하는 것이 좋다. 3계절에는 비상용으로 작은 핫팩을 준비하자.
2.3. 동계용 침낭
섭씨 -10 이하가 Comfort로 되어있는 것을 일반적으로 동계용 침낭으로 구분한다. 습기에 강한 프리마로프트 충전재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포근함은 구스다운이 제격이다. 상급으로 갈수록 구스다운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필파워는 800 이상을 추천한다.
2.4. 침낭 온도 등급의 이해
침낭 온도 등급은 EN과 ISO 기준에 따른다. EN은 이전 표준, ISO는 새로운 표준으로 최근에는 ISO 표준을 주로 따른다. 이는 실험실 간 테스트 결과를 일관적으로 제시하는 지표이다.
2.4.1. 침낭 Comfort 등급
추위를 잘 느끼는 사람에게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이다. 만약 침낭 컴포트 온도가 -10도라면, 기온이 영하 10도일 때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 춥지 않게 잘 수 있다는 의미이다. 보통 여성용 침낭 선택에 기준으로 작용한다.
2.4.2. 침낭 Limit 등급
추위에 약하지 않은 사람이 편안하게 잘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이다.
2.4.3. 침낭 Extreme 등급
생존이 가능한 한계 온도이다.
2.4.4. 침낭 등급에 comfort/limit 등의 표시가 없는 경우
ISO 또는 EN에 의해 표준화 객관화 되지 않은 침낭으로 생산 브랜드 자체적으로 등급을 제시한 것이다.
3. 침낭 모양 선택
3.1. 사각 침낭
팔과 다리를 뻗기 충분한 공간이 있다. 지퍼를 완전히 열어 이불처럼 사용할 수도 있는 침낭이 있다. 머리를 엎어주지 못한다. 난방기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오토 캠핑용으로 적합하다.
3.2. 세미 사각 침낭
머미형과 직사각형의 중간에 해당한다. 다리쪽이 약간 좁아지고, 머리 쪽에는 후드가 있다. 극동계 오캠이나 난방기 성능이 약한 동계에 사용하기 좋다.
3.3. 머미형
체온을 유지하기에 가장 적합하나 대신에 신체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으므로 내부에서 움직임에 제약이 있다. 스트레치 기능이 적용된 침낭도 있는데, 이때는 충전재가 빠져나올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본인 신장보다 하나 더 큰 사이즈를 선택하는 것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대다수의 백패킹용 침낭이 이에 해당한다.
3.4. 입는 침낭
늦봄과 초가을에 주로 사용하는 서브 침낭이다. 판쵸우의 형태를 띠고 있는 침낭으로 팔을 침낭 밖으로 빼서 활동하고, 다리 쪽은 걷어 올려 허리에 묶어서 사용한다. 잠을 잘 때는 팔을 빼는 곳의 지퍼를 올리고 다리 쪽을 내려서 침낭처럼 사용하면 된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폴러 냅쌕이 있다. 옷의 형태로 된 입는 침낭은 셀크백이 있다. 셀크백의 경우 보온효과가 더 크지만 침낭처럼 덮고 자는 것이 아니라, 입은 채로 잠을 잔다.
4. 침낭 충전재/단열재
4.1. 솜침낭 및 유사 충전재
오토캠핑 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천연 솜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고, 합성 솜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포근함이 우수하나 무게와 부피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4.2. 다운 침낭
오리나 거위털을 사용하는 침낭이다. 깃털과 솜털을 혼합한다. 솜털비율이 높은 것이 좋다. 무게가 가볍고, 춥고 건조한 날씨에 적합하다.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외피와 충전재 모두 방수처리 된 침낭이 좋다. 다운 침낭은 대부분 필파워가 제시되어 있고, 때문에 압축률이 좋다. 압축률이 좋은 경우 패킹에 애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제품 자체에 포함된 압축색보다는 이벤트(e-vent)가 적용된 씨투써밋 컴프레션 색을 많이들 사용한다. 내부의 공기를 빼주고 외부의 습기를 막아주는 압축쌕으로 압축률이 매우 우수하기 때문이다.
4.2.1. 덕다운 오리털 침낭
오리털 침낭이다. 구스다운에 비해 저렴하나, 필파워가 다소 떨어질 수 있고 무게가 구스대비 무겁다. 솜털보다 깃털 비율이 높은 덕다운 침낭을 사용하면 걸리적거리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충전재의 질에 따라 냄새가 날 수 있다. 트레킹 거리가 길지 않고 악천후에 대비할 필요가 없거나 극동계 백패킹을 하지 않는 경우라면 충분히 활용성이 좋다. 충전량이 많은 경우 극동계도 가능하다.
4.2.2. 구스다운 거위털 침낭
거위털 침낭이다. 가격이 높다. 필파워가 가장 높아 무게 및 부피 면에서 뛰어나다. 극동계 백패킹까지 가능하고, 이때는 솜털 비율이 높고 필파워는 800 이상인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소위 말하는 침낭 끝판왕은 모두 구스다운 침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제품은 페더드프렌즈, 발란드레, Rab, 마모트, 말라코프스키 등이 있다.
4.4. 합성 충전재 프리마로프트 침낭
습기에 강하고, 젖었을 때에도 보온성을 유지한다. 덕다운이나 구스다운 특유의 냄새가 없고 알러지로부터 자유롭다. 필파워 개념이 거의 없다. 합성 충전재 침낭의 경우 EN/ISO 등급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다. 충전량이 많으면 거위털 침낭만큼 따뜻하지만 부피는 다소 커질 수 있다. 니모, JR gear, 빅아그네스 등에서 출시되었다. 아직 극동계 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나, 초봄과 늦가을에 사용하는 백패커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5. 침낭 추가 기능 및 액세서리
5.1. 침낭 부품 별 특징
5.1.2. 침낭 외피와 내피
백패킹과 비박을 위해서는 외부 원단이 튼튼해야 하고, 발수(DWR) 처리가 된 것을 선택해야 한다. 다운 침낭이 습기에 약하기 때문이다. 내피는 부드럽고 따뜻한 질감의 재질이 선호된다.
5.1.2. 침낭 후드
침낭 후드는 조일 수 있는 탄성 코드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체온의 손실은 머리에서 많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극동계에는 비니를 쓰고 후드를 조인 후에 잠드는 것이 좋다.
5.1.3. 침낭 지퍼
환기가 용이하도록 지퍼 슬라이드가 두 개 이상인 것이 좋다. 또한, 지퍼가 내외피 원단과 찝히지 않도록 지퍼 가드가 있는 제품이 선호된다.
5.1.4. 내부 포켓
작은 소지품을 보관하거나 핫팩을 넣을 수 있는 내부 포켓은 은근히 유용하다. 베개를 넣어 고정시킬 수 있는 포켓이 있는 침낭도 있다.
5.2. 침낭 액세서리
5.2.1. 침낭 압축색
전술하였듯이 높은 필파워의 침낭을 압축하는 것은 꽤나 번거롭고 힘든 일이다. 마구 구겨넣고 입구를 막은 뒤 깔고 앉아 내부의 공기를 빼며 추가 압축을 할 수 있는 제품을 추가로 구매하는 것이 방법이다.
5.2.2. 침낭 라이너
침낭 내부에 라이너를 한 겹 더 사용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훨씬 따뜻한 스펙의 침낭을 만들 수 있다. 라이너는 하계에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고 침낭 내부 오염도 막아줄 수 있다. 주먹 한 두 개 정도의 크기로 침낭 스펙을 1~5도까지 높여준다.
5.2.3. 침낭 커버 비비쌕
침낭 외부를 한 번 더 덮어주는 제품이다. 은박 재질이 적용된 작고 가벼운 침낭 커버는 결로를 감안하더라도 사용성이 높다. 당일 하이킹 시에도 지참하면 비상시 체온 유지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6. 추가적인 침낭 용어 이해
6.1. 필파워 의미 뜻
다운의 상대적 품질을 나타내는 수치이다. 다운 1온스가 얼마나 많은 부피를 차지하는지를 측정하는 실험실 테스트 결과에 따른다. 즉, 1온스(약 28g)를 1분 동안 실리더 내에서 최대로 압축한 다음 다시 얼마나 많이 부풀어 오르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1온스의 다운이 450 세제곱 인치로 부풀어 오른 것이 450fp(fill power)가 된다. 가장 높은 필파워는 900fp이다. 필파워가 높을수록 단열 효율성이 높아진다. 따뜻함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필파워 자체만으로 침낭의 보온성을 평가할 수는 없으나,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6.2. 필파워와 충전량
30g의 900fp와 100g의 450fp 중에 더 따뜻한 것은 후자이다. 이론상 900fp 50g은 450fp 100g과 동일하다. 이를 모두 압축하는 경우에는 900fp의 침낭이 450fp 침낭의 절반 부피가 된다.
6.3. 충전량
침낭에 쓰여있는 중량은 충전량일 수도 침낭 전체의 무게일 수도 있다. 제품 설명서를 꼼꼼하게 읽어 보고 각 침낭을 비교해야 한다.
7. 침낭 선택 시 고려할 사항 요약
용도를 고려한다. 오캠용 침낭은 포근함이 전부이다. 백패킹용 침낭은 자신이 가는 거리와 박지의 고도 및 날씨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가장 우선시 해야 하는 것은 ISO 수치이다. ISO 수치는 필파워 및 충전량을 모두 고려한 가장 객관적인 데이터이다. ISO 수치를 중심으로 무게 및 부피를 비교한다. 같은 ISO 수치라면 FP가 높은 제품, 외피가 튼튼하고 방수/발수 처리가 된 침낭이 더 좋다. 예산이 부족한 경우 FP를 포기하고 충전량이 많은 제품을 선택하고, 무게가 더 나가는 것은 체력으로 보완한다. 더불어 침낭 라이너와 침낭 커버를 활용한다. 우모복(보온 바지와 재킷) 레이어링을 활용하여, 우모복을 입은 채 침낭을 덮으면 더욱 따뜻하게 잘 수 있다. 침낭만큼 또는 그 이상 중요한 보온 장비는 매트이다. 매트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룰 예정이다.
참고 문헌) How to choose sleeping bags for camping / How to choose sleeping bags for backpacking / What is down fill power. rei.com
끝.